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의 경영 지배구조에서 50% 지분을 가진 한국 기업 ‘네이버’를 축출하려는 최근 움직임과 관련, 일본 정부가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은 8일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에 지분 변경을 강하게 요청 중”이라면서 “총무성 행정지도는 자본적 지배관계에 대한 재검토인데,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 압박으로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일 기업 사이의 경영권 및 지분 거래에 속한다. 실제로 네이버도 지분 매각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 장기적 경영 관점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통상적 수준 이상의 조치를 압박하면 양국 간의 투자 보장 문제, 나아가 해묵은 혐한·반일 정서로 번질 수도 있는, 휘발성 강한 사안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이다. 이번 사안을 촉발한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 문제는 규모가 크지 않아 경영권 변경까지 요구할 정도는 아니다. 2021년 페이스북 정보 유출은 훨씬 심각했지만, 그런 조치가 없었다. 결국 한국 기업을 내치려는 의도로 비친다.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수수방관 수준이다. 심지어 주일대사관과 외교부는 일본 편을 든다는 오해까지 불렀다. “행정지도는 지분 매각과 무관하다”는 일본 주장을 복창하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실이나 외교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이 이날 “우리 기업의 부당대우를 막는 게 최우선”이라고 한 것도 한가해 보인다. 일본 행태는 한일 신협력 시대를 열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통화 때 덕담만 주고받았다. 죽창가식 반일 선동에 빌미를 줄 수 있음을 알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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