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와 향기의 물리적인 기제는 완전히 같다. 즉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입자가 코의 점막에 도달해 느껴지는 것인데, 그 입자가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에 따라 달리 표현하는 것이다. 꽃에서 나는 것은 ‘향기’라고 하는데 음식에서 나는 것은 ‘냄새’라고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좋고 나쁨에 대한 언급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향기’는 좋은 것에 대해서만 쓰는데, 냄새는 좋고 나쁜 것 모두에 대해 쓴다.

음식은 입으로 먹지만 눈, 코, 귀는 물론 촉각까지 동원해서 즐긴다. 눈으로 보기에 좋아야 맛도 있어 보이고, 코로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나아가 튀기는 소리, 압력솥에서 김이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그리고 흔히 식감이라고 표현하는 씹는 맛과 넘기는 맛은 촉각으로 느끼는 것이니 결국 먹고 마실 때는 오감을 모두 동원하게 된다. 이 중에 후각으로 느끼는 것을 ‘냄새’라 하지 ‘향기’라 하지는 않는다.

음식에도 ‘향(香)’을 쓰기도 하는데 ‘향신료(香辛料)’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깨, 고추, 후추, 생강, 마늘 등은 맛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재료가 가진 고유한 향을 음식에 더하기 위해 쓰는 것들이다. 이러한 향신료가 음식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각각의 재료에 따른 냄새가 나거나 향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도 음식에는 역시 냄새가 어울린다.

그런데 음식에서 냄새가 난다는 표현은 보통 나쁜 의미로 쓰인다. 음식이 상해서 원하지 않는 냄새가 날 때 많이 쓰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표현 역시 고린내, 땀내가 날 때이니 냄새는 이래저래 푸대접을 받는 단어이다. 그래도 음식에서 향기가 난다는 표현을 쓸 수도 있다. 오랜만에 접해보는 음식에서 고향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고 정성스레 만들어주던 이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다. 이렇게 냄새에서 향기를 찾을 수 있는 순간은 늘 행복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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