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대선 이후 대통령직과 총재직을 분리하겠다.” 지난 2002년 1월, 연말 제16대 대선을 겨누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후 당권·대권 분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1인 지배정당 체제 종식”을 요구하던 박근혜 부총재는 미진하다며 탈당했다. 한나라당은 그해 3월 대선 후보의 당 대표 겸직을 금지하고, 최고위원회의가 정점인 집단지도체제를 결정했다. 당시 여당에 이어 보수 정당사에서 ‘총재’라는 명칭이 사라졌다. 분권이 화두였던 시절이다. 대선 진영은 새천년민주당 후보 노무현-당 대표 한화갑,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당 대표 서청원 구도가 됐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복당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005년 홍준표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을 맡겼다. 홍준표 혁신안은 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 후보 선출 시 여론조사 50% 반영이 핵심이었다. 당권·대권의 대선 전 조기 분리가 이뤄진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에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 시 ‘선출직 당직에서 선거일 1년 6개월 전 사퇴’ 규정이 들어가게 된 계기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일 1년 전 사퇴’를 해야 한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불공정을 없애자는 취지다. 그러나 당 대표가 갖는 위상과 이슈 주도력, 공천·당직 인사 등 당 장악력을 키울 수 있는 권한이 많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전당대회 때마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갈등의 제1 요인이 됐다.

그 논쟁이 벌어진 지 22년이 지났는데, 최근 국민의힘에서 또 시작됐다.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옥신각신 와중에 일부 잠룡들이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규정대로 하면 7∼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는 차기 대선(2027년 3월 3일) 1년 6개월 전인 2025년 9월 이전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1년여짜리 대표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르지도 못한다. 김태호 의원은 “대표직을 잘 수행하지 못하면 대권에도 도전할 수 없는데 제한해야 하느냐”고 했다. 정치적 숙제는 쌓여 있고 매력은 없는 자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될 경우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을 유지, 지방선거 공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선은 3년이나 남았지만, 잠룡들의 득실 계산과 정중동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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