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CCTV, 차량 블랙박스 전원도 미리 끊어
징역 25년…"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인정"
지난해 6월 22일 오전 7시 이른 시간이었다. A(77) 씨는 경기 광주에 있는 빌라 주차장 자신의 차 안에 있었다. 그는 한 남자를 기다렸다. A 씨가 기다린 남자는 평소 주차 문제로 시비가 있었던 이웃 B(55) 씨였다. 그냥 기다린 것은 아니었다. A 씨는 일본도를 가지고 있었다. 길이가 101cm로, A 씨가 2015년 정식 소지 허가를 받은 물건이었다. A 씨는 일본도를 잘 다뤘다. A 씨는 ‘고령의 무술인’이라며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다.
그날 A 씨는 일본도로 B 씨의 양쪽 손목을 잘랐다. 손목을 자르기 전 A 씨는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도 취했다. 그는 범행 당일 아침 빌라 CCTV 전원선을 끊고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 전원도 뽑아버렸다. 손목이 잘린 B 씨는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에서 닥터헬기로 병원에 옮겨졌다. 그러나 치료를 받다 결국 숨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2-1부(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고법판사)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A(77)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과 A 씨가 양형부당 등으로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A 씨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살해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일 집에서 도검을 가지고 나간 게 아니라 평소 차량에 검을 보관했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하지만 당일 아침 CCTV 전원선을 끊고 차 안에서 피해자가 출근하길 기다렸다가 살인했다"면서 "피고인 차량의 블랙박스는 범행 당일 아침부터 촬영되지 않았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블랙박스 전원을 뽑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주장처럼 도검을 차량에 보관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를 만나기 전부터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살인을 후회한다면서도 피해자가 100% 원인을 제공했다고 진술하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피해자에게 가한 공격 횟수와 정도, 도구 등을 보면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 피해자 유족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 같은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원심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정환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