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심각한 정치적 뇌관의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불협화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한 전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건 오해”라고 규정한 뒤 “비서실장(당시 이관섭), 원내대표(윤재옥), 한 전 위원장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는 배경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나아가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 전 위원장을 언제든 만날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은 이제 정치인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고, 앞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잘 걸어나갈 것”이라는 덕담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지난해 말 이후 두 사람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종섭·황상무 사태, 친윤 인사 공천, 의대 증원 대책 등을 놓고 최소 4차례 파열음을 냈다. 총선 참패 뒤엔 윤 대통령의 뒤늦은 오찬 회동 제의를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거절했다.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는) 당의 선거운동이 평가받은 것”이라며 사실상 한 전 위원장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일부 친윤 인사들은 같은 취지에서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한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언급이 갈등의 전모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난파선’ 여당의 재건을 위한 중요한 계기다. 주호영·윤재옥에 이어 또 TK 출신 추경호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전당대회 시기, 당심·민심 반영 비율, 당권·대권 분리 등 난제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 전 위원장의 대표 경선 출마 문제다. 윤 대통령의 ‘오해 불식’ 발언을 계기로 한 전 위원장은 물론 나경원·안철수·김태호·유승민 등 중량급 인사가 모두 나서서 당의 활력을 높이고 지지 기반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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