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참패 직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단행된 인사(人事)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친다.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비서관을 낙선·낙천자로 속속 채우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기용된 데 이어, 비대위원과 주요 당직자 인선에서는 ‘친윤’이 전진 배치됐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말로만 쇄신을 외치고 행동은 정반대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심지어 지지 기반 확대는커녕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경선 출마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정진석 의원과 홍철호 전 의원을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기용한 데 이어 시민사회수석에는 낙천한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에는 낙선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을 다시 불러들이는 ‘회전문 인사’를 단행했다. 정무수석 산하 비서관 3명도 친윤 핵심인 이용 의원, 김장수 장산정책연구소장, 김명연 전 의원 등 낙천·낙선 인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일 국민보고에서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겨듣겠다”고 했지만, 국민이 공감할 만한 변화는 안 보인다.

여당 역시 전당대회 준비가 당면 과제이긴 하지만, 비대위 7명 중 30대 김용태 당선자를 빼면 모두 친윤으로 채워졌다. 사무총장·정책위의장도 마찬가지다. 당내 3040 험지 출마자들 모임이자 비주류 원외 인사들인 ‘첫목회’ 출신은 배제됐다. 당원 100%인 전당대회 경선 룰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번 인사들은 대체로 현행 유지 의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기자회견 등에도 별 변화가 없다. 쇄신과 소통의 진정성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절박한 변화 몸부림이 없으면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이런 한가한 현실 안주 행태는 더 큰 위기를 자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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