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5만2000가구 물량
당첨자 절반 이상이 본청약 포기
민간 사업취소로 공급 백지화도


지난 2021년 7월 집값 급등을 진화할 공급정책으로 전격 도입된 사전청약제도는 주택 경기가 꺾이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도입 이후 사전청약이 진행된 물량 중 본청약까지 이뤄진 경우는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사전청약자들의 절반 이상이 본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청약 시기와 입주 시기 지연에 더해 추정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본청약의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전청약이 완료됐으나 민간 사업자가 사업을 취소하면서 주택 공급 계획이 백지화된 경우까지 있었다. 설익은 공급 정책이 수요자들의 주거 불안을 오히려 부추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업계 등에 따르면 2021년 사전청약 도입 시점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공공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에 달한다. 사전청약 당시 1~2년 뒤 본청약이 예고됐지만 본청약 시점을 지킨 단지는 단 한 개에 불과하다.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본청약 계약률은 54%에 그쳤다. 올해부터 나머지 단지의 본청약이 대거 도래하지만 지연이 예상되면서 이탈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 보상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청약이 이뤄지다 보니 각종 변수가 터져 나오며 대다수 사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 조성 과정에서 문화재나 맹꽁이 등 자연보호종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

민간 사전청약 단지도 고금리로 자금줄이 말라붙은 가운데 사업성 저하로 정상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민간 사전청약이 진행 중인 곳은 45곳에 달하는데 본청약이 실시된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최근 인천 서구 가정2지구 주택 사업은 사전청약이 완료됐으나 최근 건설사가 사업 취소를 결정했다.

사전청약자들의 희망 고문도 길어지고 있다. 본청약 시기가 지연되면서 공사비와 물가 상승분이 더해져 청약 당시 안내됐던 추정 분양가보다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사전청약제도는 당첨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6월 283 대 1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동작구 수방사부지의 사전청약의 경우 ‘주택사건설사업계획 내용이 변경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신청하길 바란다’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없거나 확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향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에 당첨됐다고 해도 주거 불안과 사업 취소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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