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측 변호사가 13일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자료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공개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원래의 목적인 ‘재판 준비’를 벗어나 정부 정책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문제와 별개로, 공개된 자료를 보면 “2000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에 따라 폭넓은 사회적 논의도 거쳤다”는 정부 주장을 입증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지난 2월 6일 오후 2시 보건의료정책심의위 회의에서 정부 원안이 통과됐고, 오후 3시 ‘의대 2000명 증원’이 공식 발표됐다. 토론이 약간 미진했고 “졸속 결정”이란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정심 참석자 23명 전원이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2000명 숫자에 대해서도 의사를 포함한 4명만이 “충격적” “전공의, 학생, 전체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 “추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닫아 놓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구체적 의견을 밝힌 10명 중 6명이 “1000명 이상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1000명 이하로 증원해야 한다”는 참석자는 2명에 그쳤다. 나머지 2명도 “가능한 한 많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증원 찬성과 ‘1000명 이상’이 대세였다는 게 공개된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보건의료 정책은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 이해관계 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설득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이번 의대 증원도 보정심 같은 사회적 논의를 더 빨리 더 많이 거쳤어야 한다는 점에서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절차가 다소 아쉽더라도 법원이 의대 증원 정책을 완전히 뒤집을 수준의 위법성은 안 보인다. 정부는 대학별 자율조정을 통해 내년 1500명선 증원, 내후년 이후 규모는 추후 협상하기로 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반면 의사들은 “원점 재검토”의 강경 입장에서 맴돌고 있다. 법원이 자칫 가처분을 인용하면 집단 의료 거부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17년을 끌어온 의대 증원 정책에 무리하게 제동을 걸게 된다.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 자제’ 원칙을 준수해야 할 사안이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