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도 시인은 마이크를 들자마자 시집과 관련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정오는 가장 밝은 시간, 생명이 가장 왕성하게 생육하는 시간이거든요. 거기서부터 가장 멀리 있다는 건 이런 균형이 깨진 가장 어두운 시간이라는 뜻”이라고 시집을 소개한 도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집은 정치의 시간을 보낸 뒤 내린 시대 진단의 성격을 가졌다. “거칠고 살벌한 정치판의 신 시간과 고뇌의 흔적을 가을 물같이 차고 맑은 문장으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시대 진단은 엄했다. “모두가 양극단에서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차 있고, 다른 생각 가진 사람을 배척·혐오·조롱하는 사회”라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신적 내전 상태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혐오와 조롱의 언어와 거칠고 경박한 행동의 사람들끼리 모여 기뻐하는 게 얼마나 황폐한 건지, 누군가는 ‘이건 아니다’라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집에는 정치 여정을 마무리한 시인의 소회가 진하게 뱄다. 도 시인은 “12년 간 의회에서 일하는 동안 늘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 ‘너는 왜 거기 있는가?’라는 것”이라며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때도 있었고 찾지 못할 때도 있었다. 대답을 찾지 못했을 때 저를 찾아온 고뇌의 흔적들이 시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오랜만에 집권해 좋은 정치를 펼칠 기회가 왔는데 분열해서 정권을 놓쳤다”며 “설득하고 대화해 화합·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굉장히 많이 말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한편 현직 문체부 장관에 대한 날 선 비판도 꺼내놨다. “지난해 문학·도서·서점·도서관 등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복원하려고 애썼는데 얼마 못했다”면서 “현 정부의 요직에 앉은, 특히 문체부 장관 자리에 앉은 사람의 잘못된 편견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문학·출판·영화 등의 영역은 완전히 좌파가 장악했다는 왜곡된 진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정치를 꿈꾸는 문화계 후배들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시인의 의정 활동으로 정착한 ‘예술인 고용보험’을 거론하며 “자리와 권력을 탐하는 것이 아닌, 각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고 비례대표도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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