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독일 46%·네덜란드 36% 불과
경제 발전한 선진국서 도드라져
서구 ‘탈영웅적 사회’ 도래 원인


최근 세계 각지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청년들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추세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심해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국 정부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비영리 사회과학연구기관 ‘세계가치관조사’(WVS)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64개국 9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쟁이 나게 될 경우 당신의 국가를 위해 싸우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29세 미만 미국인은 40%, 독일인은 46%, 네덜란드인은 36%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인도,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같은 질문에 70%가 넘는 긍정 응답이 나왔다. 청년들이 국가를 위해 싸우기 주저하는 추세가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의 원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성장을 이룩한 서구에 ‘탈영웅적’(post-heroic) 사회가 도래한 점을 꼽는다. 독일의 정치학자인 헤어프리트 뮌클러 훔볼트대 교수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탈영웅적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가치는 (국가에 대한 희생보다) 인간생명의 보호와 개인의 안녕”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제성장과 함께 양질의 민간 부문 일자리가 늘어난 점도 입대의 상대적 매력을 감소시킨 요소로 꼽힌다. 독일, 일본 등 패전의 경험이 있는 국가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오랜 군부 독재의 역사가 있는 국가에서도 입대를 자원하는 청년들의 수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각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사라졌던 징병제 부활까지 고려하며 병력 충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일부 국가에선 청년들의 희생 의지가 아직까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로는 핀란드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핀란드는 탄약과 보급품을 대거 비축해놓는 등 전시경제로의 발 빠른 전환 준비를 완료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의 미코 하이스카넨 무기 및 물류 담당 참모차장은 “핀란드인의 의지는 세계 최고이며 물적 능력도 믿을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76%)·대만(73%)·한국(70%) 등 주변국의 직접적·잠재적 위협에 직면해 있는 나라에서 청년들의 싸울 의지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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