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김태현(34)·박지영(여·33) 부부

저(지영)와 남편은 고전문학 ‘달과 6펜스’를 매개로 이어졌습니다. 독서로 스트레스를 풀고, 재미있게 읽은 책은 SNS에 독후감을 남겼죠. 지난 2018년 한창 고전문학에 빠져있을 때였어요. 달과 6펜스를 감명 깊게 읽고 SNS에 감상평을 올렸죠. 그날 밤 모르는 이에게 “저도 이 책 읽고 고전문학에 빠졌어요”라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지금의 남편이었죠.

저희는 그날부터 책을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서로의 인생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대화 주제가 넓어졌어요.

남편과 처음 실제 대면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붕 뜬 느낌이랄까. 남편과 첫 연락부터 첫 만남까지 모든 게 잘 짜인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죽기 전 이런 사람과 연애해보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죠. 남편도 저와 첫 만남에서 호감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대요. 두 번째 만남에서 남편의 고백으로 저희는 연인이 됐죠.

당시 남편은 경기 평택에 살았고, 저는 울산에 살았어요. 평택과 울산 장거리 연애라 자주 만날 순 없었지만, 만날 때마다 서로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어요. 장거리 연애 1년 만인 지난 2019년 8월 저희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함께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 때 프러포즈를 받았어요. 남편이 자물쇠를 채우자며 남산타워로 저를 데려갔는데, 남편이 이런 문구를 자물쇠에 적더라고요.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오늘을 꼭 기억해. 언제나 사랑해”라고요. 당시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그날 저녁 남편이 제게 프러포즈를 하기 전까지요. 왼손에 프러포즈 반지를 끼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펑펑 눈물을 흘렸죠. 힘들었던 지난날을 보상받는 기분, 그리고 남편을 만날 수 있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저 자신에게 고마워지기까지 하더라고요.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 앞으로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할게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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