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철환의 음악동네 - 혁오 ‘톰보이’
“멀리서 보니까 대학생 같으세요.”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이 대학생일 리 없다. “뒤에서 보면 청년인 줄 알겠네요.” 이 말을 들은 사람 역시 청년이 아니다. 호의로 별 뜻 없이 던진 말이지만 듣는 사람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우다. 당해보니 알겠다. 가까이서 보니 젊지 않고 정면에서 보니 늙었다는 걸 굳이 본인에게 상기시키지 말자.
나이를 교실에 빗대는 경우가 더러 있다. 55세는 5학년 5반이다. 그럼 70세 이상은 어떻게 하나. 요즘 75세는 7호선 5번 출구다. (70세는 그냥 7호선 입구)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댈 때마다 감정이 복잡해진다는 선배가 계시다. “또 어딜 가세요.” “공짜 좋아하시네요.” 뭐 이 정도의 간섭과 모욕은 아닌데도 괜히 주변을 의식하게 되는 소리.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와 함께 최상위 덕담인 ‘행복하세요’에 왜 이리 민감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 먹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의 기원’(서은국 지음)이라는 책 표지에서 읽은 말이다. 그러니 이런 표현도 나올 법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노래 부르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5월 첫 주(4일)에 방송된 ‘불후의 명곡’(KBS2)은 부제가 ‘꽃중년 특집’이었다. 한가락 했던 가수들이 동창회 하듯 모였는데 출연자(홍서범, 권인하, 이현우, 박남정, 심신, 최성수) 면면을 보니 두 종류의 꽃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풀꽃과 멀리 보아야 예쁜 불꽃.
솔직히 불꽃 튀는 대결보다는 풀꽃 같은 연결로 편안한 무대였다. 한때는 경쟁 관계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웃으며 농담하고 어루만지며 덕담하니 보기에도 흐뭇하다. 이거야말로 세월이 준 선물이다. 권인하는 ‘다시 사랑한다면’(2001 도원경), 이현우는 ‘행복의 나라로’(1974 한대수), 박남정은 ‘말하자면’(1995 김성재), 심신은 ‘황홀한 고백’(1986 윤수일)으로 우정의 부흥회(?)는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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