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Economy - 美 Fed의 ‘스타’ 의장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다. 전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Fed 의장 중에는 세계 경제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물이 많다.

Fed의 역사는 19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Fed 의장이었던 찰스 햄린(재임 1914~1916년)은 Fed의 기반을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치솟은 물가(7.9%)에 발목이 잡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취임한 윌리엄 하딩(1916~1922년) 의장은 살인적인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려 물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금리를 지나치게 급격히 올리면서 1920~1921년 경기침체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상 Fed가 독립성을 가지고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한 건 1929년 대공황 이후다. 이때부터 ‘스타’ 의장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1970년대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졌을 당시 Fed 의장을 맡게 된 폴 볼커(1979~1987년)는 인플레이션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며 고금리 정책을 펼쳤다. 취임 2개월 만인 1979년 10월, 기준금리를 11.5%에서 15.5%로 단번에 4%포인트나 올렸다. 당시 언론들은 이 조치를 ‘토요일의 학살’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긴축을 이어가 마지막 임기 때 금리는 20%까지 높아졌다. 이후 그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고 1987년 물가 상승률은 4.3%까지 떨어졌다.

볼커의 뒤를 이어 Fed를 맡게 된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은 뉴욕 주식 시장의 ‘검은 월요일’, 아시아 금융위기, 닷컴 버블 등 위기 때마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려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으며, ‘마에스트로’(거장)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1년 9·11 테러로 금융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을 때도 그는 유동자금을 늘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거품이 터지며 2008년 금융위기를 가져왔다는 비난도 동시에 받았다.

2007~2008년 금융위기 극복의 무거운 책임을 떠안았던 인물은 벤 버냉키(2006~2014년) 의장이다. 그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었던 양적완화와 제로 금리 정책으로 대공황에 빠질 뻔한 세계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언을 해 ‘헬리콥터 벤’으로도 불렸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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