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제22대 국회의원들이 개원식에서 해야 하는 선서 문구다. 임기는 5월 30일 시작되는데, 의원 선서를 해야 취임 공표가 된다. 국회법(제24조)에 정해진 절차다. ‘총선 후 첫 임시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제5조)라는 규정이 지켜지면, 오는 6월 5일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부의장을 뽑고 나서 개원식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의원들은 선서문을 의장의 선창에 따라 읽는다. 다만,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 개원식이 미뤄질 수 있다. 제21대 국회 개원식은 임기 시작 48일 만에 열려 역대 최장 ‘지각’ 기록을 세웠다.
일각에선 “의원 선서가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21대 의원 세 명 중 한 명은 고발·수사·기소·재판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취임 선서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 2003년 재선거에서 당선된 유시민 전 의원은 이른바 ‘빽바지 캐주얼’ 차림으로 등원해 선서를 하려다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해버리는 바람에, 다음 날 정장을 입고 다시 선서를 해야 했다. 그는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을 주장했으나, ‘품위 유지 의무’(제25조)를 거스를 순 없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두 번의 임기 동안 각 두 번씩 취임 선서를 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2009년에는 대법원장이 취임 선서 문구를 잘못 읽는 바람에 다음 날 백악관에서 다시 취임 선서를 했다.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2013년에는 취임일이 일요일이어서 백악관에서 먼저 선서를 한 뒤, 다음 날 취임식 때 또 선서했다. 법 절차가 그 정도로 중시된다.
국회에서도 의원 선서가 의원 사명과 행동지표를 제시하는 선언적 규정 이상의 의미가 있는 만큼 상징적 절차여도 더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의원 임기 시작 때만 하는 선서를 매 정기·임시 국회 때마다 하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복적인 절차를 통해 경각심을 갖게 함으로써 “국회의원 선서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범법자와 막말 의원을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22대 국회에서 충분히 재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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