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 등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커지면서 22일 코스피가 전장 대비 0.12% 하락한 2721.02로 개장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백동현 기자
■ 기준금리 결정에 늘어나는 변수
스위스 이어 스웨덴 금리 인하 유럽중앙·영란銀도 내릴 채비 日은 엔화 약세로 인상 저울질
미국, 물가 불안에 고금리 유지 한은 선제금리인하 어려울 듯
각국의 통화정책이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결정에도 변수가 늘어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400원까지 오르며 외환시장을 위협하고 환율 불안이 심화하는 등 통화 정책 환경의 굴곡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이르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벤 브로드벤트 BOE 부총재는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떨어진다면 여름 중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0.6%)이 플러스 반등했지만, 경기 회복세가 더디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3월 10.1%에서 올해 3월 3.2%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ECB도 지난달 통화정책이사회에서부터 ‘6월 인하’ 신호를 내기 시작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공식 정책발표에서 금리 인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미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금리 인하 행렬이 시작됐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춘 데 이어, 스웨덴 중앙은행도 지난 8일 기준금리를 4.00%에서 3.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신흥국 역시 일찌감치 긴축 흐름에서 이탈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신흥국 22개국 가운데 11개 국가는 지난해 4월 이후 금리를 인하했다.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올렸던 칠레와 브라질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정책금리를 4.75%포인트, 3.25%포인트 내렸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3.4%로, 전 분기(1.8%)보다 높아지는 등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매파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할 수도 있고 뒤에 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달 초에는 ‘원점 재검토’를 밝혔다. 선제적 인하 결정으로 한·미 금리 갭을 더 키울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등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 현상이 심화할 경우 원화 가치 하락 폭도 더 커질 수 있다.
국내 경제 상황도 결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1.3%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 성장률 목표치가 2.0%대 중반까지 높아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경기 측면에서도 잠재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긴축 기조 전환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