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부임할 예정인 대법관 후보가 역대 최다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후보는 45세 이상, 법조 경력 20년 이상인 법조인 중 천거를 받아 후보 추천 절차를 거쳐 대법원장 임명제청, 대통령 후보 지명 순으로 이뤄진다. 조희대(사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코드 인사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대법원에 따르면 오는 8월 1일 퇴임하는 김선수(사법연수원 17기)·이동원(17기)·노정희(19기)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105명이 천거됐고, 이 중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심사에 동의한 후보는 55명이다. 피천거인 수가 1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선정 당시 피천거인은 74명, 심사동의자는 42명이었다. 지난해 7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 피천거인도 79명으로 100명을 넘지 않았다. 당시 심사 동의자는 37명이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3명의 대법관 후임을 뽑았던 2018년 5월에도 피천거인 63명, 심사동의자는 41명 수준에 불과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전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천거를 받고도 심사 동의를 하지 않았던 많은 법관들이 이번에는 절차에 응해 대법관 자리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코드’를 중시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위 법관들이 대법관 임명 절차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조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중도를 강조하고, 지난 2월 법원 정기 인사에서도 재판 실력을 우선시하면서 법원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조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첫 대법관 임명제청에서 중도 성향 엄상필(23기)·신숙희(25기) 대법관을 제청해 국회에서 무난하게 임명동의를 받았다. 한 고위 법관도 “조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능력 위주의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변화에 기대를 건 법조인의 추천이 증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후보 명단에는 법관 50명, 변호사 4명, 기타 기관장 1명이 올랐다. 후보 중 여성은 6명이다. 법관 중에는 고법 부장판사가 32명으로 가장 많다. 검사 출신도 2명 포함돼 있다. 후임 대법관을 제청하게 되는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제청 인원의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다. 이들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3명을 선정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