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 달라진다

비혼 출산 찬성도 늘고 있지만
종교계 거센 반발로 논의 더뎌


“결혼을 ‘선택’하는 시대 아닌가요?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도 법이 보호해 줄 순 없을까요?”

윤모(여·27)·송모(30) 커플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동반 서약서’를 작성하고 4년째 동거 중이다. 이들은 서로를 법으로 구속하는 결혼 대신 ‘비혼(非婚) 동거’를 택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에서는 비혼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혼부부 대출’을 받을 수 없고, 함께 이룬 재산에 대한 분할도 상속도 할 수 없다. 반면 2010년 ‘팍스(PACS·시민연대계약)’를 맺은 프랑스의 피에르 블론데(59)·헬레네 블론데(58) 커플은 30년째 함께 살며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두 사람도, 아이들도 혼인으로 맺어진 다른 가정처럼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다.

비혼 문화가 확산하고 비혼 출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늘고 있지만, 비혼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딘 상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5세의 미혼율은 남자 72.9%, 여자 52.1%에 달한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34.7%로 10년 전(22.4%)보다 12.3%포인트 증가했다. ‘혼전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45.9%에서 65.2%로 19.3%포인트 늘었다.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해 미혼 남녀가 시청에 ‘동거 신고’를 하면 가족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등록 동거혼’을 검토했지만, 종교 단체 등의 반발로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한국판 팍스법’인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김린아·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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