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준금리 3.5%… 11연속 동결
물가 2.0%대 안착 확신 못해
원·달러 환율도 통화정책 발목
李총재 “인하 시점 불확실 커져”
PF부실·고물가땐 무산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또 동결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상향된 데다, 물가 불안도 이어지고 있어 최악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한은은 23일 금통위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1번째 동결로, 이번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상반기 회의 중 마지막 회의였다는 점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2.9%) 2.0%대로 떨어졌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3% 상승하면서 최근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지만, 현재 물가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커졌다”며 “물가가 확실히 올라갈 경우 금리 인상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금리 인상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금통위원은 물가 상승이 억제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한은도 통화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물가는 4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개인서비스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둔화 등으로 2.9%로 낮아졌다”면서도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성장세 개선의 파급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그러면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물가 안정 없이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미국이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을 미루고 있는 데 따른 원·달러 환율 문제도 한은의 통화 정책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환율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한때 달러당 1400원대를 기록했던 환율이 1450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분기 예상보다 높은 경제 성장률로 올해 성장률이 크게 상향 조정된 점도 금리 인하 명분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만 해도 시장에서는 한은의 올해 첫 금리 인하 시점을 7∼8월 정도로 예상했으나, 한 달 새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10월 첫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올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감옥’에 갇혀버렸다고 할 정도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한은의 통화정책도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악에는 한은이 올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이슈NOW
-
관련기사
57[속보]이 대통령 ‘잘할 것’ 65%·‘잘못할 것’ 24%…민주 45%·국힘 23%-NBS
[속보]이재명 시계 만든다…李 “제작 지시, 기대해주셔도 좋다”
-
관련기사
27尹 오늘 2차 소환 불응…경찰 “일과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
‘비화폰 삭제 의혹’ 尹 전 대통령, 경찰 소환조사 불응 방침
-
관련기사
104‘안미경중’ 경고 이어… 미, 이재명 대통령에 ‘中 거리두기’ 요구
투표율 79.4%, 1997년 이후 최고치… 광주 83.9%로 1위·제주 74.6% 최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