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 달라진다

‘등록 동거혼’도입 논의 중단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비혼(非婚) 동거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면 출산율을 올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프랑스는 비혼 동거를 인정하는 ‘팍스(PACS·시민연대계약)’ 제정 이후 출산율이 늘어 2022년 1.80명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출산율 1위’에 올랐다.

2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지난해 발표한 ‘저출산 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실혼 등 결혼 제도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1.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중 76.8%는 팍스를 도입하면 저출산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프랑스는 1992년 출산율이 1.74명으로 당시 한국(1.76명)보다 낮았는데, 1999년 팍스를 제정하고 23년 후인 2022년 1.80명으로 올라섰다. 비혼 출산율도 증가했다. 프랑스의 비혼 출산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0년 62.2%에 달했다. 같은 해 한국의 비혼 출산율은 2.5%에 불과했다. 이를 근거로 저고위는 ‘한국판 팍스’인 ‘등록 동거혼’ 도입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단체 등의 거센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와 생명문화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두 사람의 합의만 있으면 이혼과 같은 절차를 밟지 않아도 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 양육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현재도 한부모가정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낙인이 찍히는 아이들이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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