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송광호(35)·윤이슬(여·31) 부부

어머니께서 공을 들였던 막걸리 론칭 행사를 도우러 갔던 2012년 6월 여름, 행사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사진작가가 있었어요. 그 사람은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사진을 보내 주겠다”면서 제 전화 번호를 받아갔습니다. 저(이슬)와 남편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벙거지에 헐렁한 항아리 바지 차림이 인상적이었죠. 선한 인상에 매력을 느꼈던 저는 남편과 SNS로 대화하며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전남 곡성에 살았던 남편은 저를 만나기 위해 제가 있던 충북 진천까지 왕복 다섯 시간 거리를 오가는 모습에 더 끌렸어요. 하지만 남편은 자주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정식으로 사귀자고도 하지 않았어요. 참지 못한 제가 그때 확실히 말했죠. “저한테 관심 있어요?” 남편도 거기서 마음을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봐요. 이후에 남편은 자신이 출연하는 연극에 저를 초대해 고백했고 연인이 됐습니다.

남편은 개인의 이득보다는 사회에 환원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을 살아왔어요. 종종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의 영정 사진도 무료로 찍어드리기도 했고요. 이런 모습들에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또, 남편이 자신의 전시회에서 직접 준비한 현대무용 같은 즉흥 무대를 보고 나니 “이 사람과 살면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러포즈도 남달랐어요. 남편은 제게 청혼을 하면서 반지 사이즈를 모른다며 노란 플라스틱 고리를 선물해 줬어요. 나중에 원하는 디자인의 반지로 맞춰준다면서요. 외려 그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져 행복해 눈물까지 났답니다. 아직도 청혼 때 받은 고리는 차 키에 달고 다녀요. 웨딩 촬영도 중고 거래로 10만 원대에 산 드레스를 입고 ‘셀프’로 진행했어요.

지난해 11월 결혼한 저희는 앞으로 천천히 신혼집을 구해 아이도 낳고 강아지, 고양이랑 함께 잘 지내고 싶어요. 그렇게 가정 속에서 소소한 행복과 사랑을 찾으며 지내겠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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