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심장이식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둘째 출산에 성공한 김지은(35) 씨가 폐와 심장 문제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둘째 홍시율(1) 군을 바라보고 있다.   김지은 씨 제공
지난 9일 심장이식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둘째 출산에 성공한 김지은(35) 씨가 폐와 심장 문제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둘째 홍시율(1) 군을 바라보고 있다. 김지은 씨 제공


■ 국내 ‘심장이식인’ 최초로 둘째 출산한 김지은씨

“태아때 심장병 유전 알았지만
기증인의 희생으로 받은 기회
내손으로 생명 저버릴 수 없어”

다음달 둘째 심장 수술 시도
“우리가족이 선한 영향력 되길”


“저는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었고, 그 덕분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생후 18일째인 둘째가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김지은(35) 씨는 소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둘째 아들 홍시율(1) 군을 만날 때마다 손을 꼭 붙잡고, 기도하듯 말을 건넨다고 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미안해. 우리 꼭 집에 같이 가자”고. 지난 9일 김 씨는 심장이식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둘째 출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김 씨는 태아 검진을 통해 시율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심장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첫째 홍라율(4) 양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지만 심장병 유전 확률이 높은 둘째는 피하지 못한 것이다.

김 씨가 스무 살 때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김 씨의 아버지도 둘째였다. 2년 뒤 둘째였던 김 씨 본인도 ‘확장성심근병증’을 진단받고 심장 기능이 8%까지 떨어졌다. 김 씨는 지난 2017년 뇌사 장기기증자의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병원에서는 ‘튼튼이’(홍 군의 태명)가 태어나도 소생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낙태를 권했다. 김 씨는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식에게 병을 물려주는 것이 맞을까 밤을 새우며 고민했지만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증인의 희생으로 하나의 심장이 세 개의 심장으로 탄생했는데, 도저히 내 손으로 생명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며 “해볼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씨와 병원은 튼튼이를 만삭 때까지 잘 품고 있다가 출산 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임신 기간 격주마다 태아 초음파 촬영을 했다. 병원은 튼튼이에게 ‘좌심실저형성증후군’ 진단을 내렸다. 병원은 “튼튼이의 수술이 가능할 것 같다”며 “다만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40주까지는 아니어도 못 해도 37주까지는 잘 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술을 해볼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최대한 오래 품고 있다가 건강히 출산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태동이 힘찼던 튼튼이는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33주 3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현재 홍 군은 조산으로 폐 형성이 덜돼 자가호흡이 되지 않아 18일째 소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까지도 병원은 김 씨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오는 6월 초에 수술을 시도하기로 했다. 희망이 생긴 것이다.

김 씨에게 두 아이가 찾아온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당초 김 씨는 출산 계획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장이식인으로서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이식인들에게 임신과 출산 과정은 만만치 않다. 이식 후 평생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 중에는 기형을 유발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 다수의 약을 임신 기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지난 3월 근무 중 실신해 쓰러지는 것을 손님이 잡아줘서 큰일을 면한 적도 있었다. 김 씨는 “가장 큰 소망은 저와 시율이가 건강을 되찾고 단란한 네 가족을 이루는 것”이라며 “저희의 모습이 다른 기증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선한 영향력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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