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서희범(37)·권주남(여·33) 부부

2012년 여름, 저(주남)는 교회 수련회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시원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모습까지 한눈에 반했어요. 그렇게 남편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교회 찬양단으로 활동하는 남편을 보고 언니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거예요. “번호 물어볼까?”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언니도 남편에게 호감을 느꼈던 거였어요. 그런데 당시 남편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니 여자친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언니 모두 남편을 포기했죠. 덕분에 ‘자매 전쟁’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도 문득문득 남편 얼굴이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새벽 5시에 대뜸 “오빠 뭐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죠. 마침 당시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남편은 메시지를 받을 당시 교회에서 “준비된 배우자가 될 수 있게 해달라”며 기도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의 우연이 인연으로 바뀌며 저희는 2014년 5월 연인이 됐습니다.

경기 시흥시에 살던 저와 서울 종로구에 살던 남편은 꼬박 3년 동안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왕복 네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아닌 장거리 연애를 했어요. 둘 다 20대여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거의 없어 커플 통장을 만들어 한 달에 각각 5만 원씩 넣어놓고 데이트했습니다.

남편과 결혼하게 된 계기는 제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 제가 평소 쌍꺼풀 없는 눈이 콤플렉스여서 수술하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은 “하나님께서 여보를 가장 예쁜 형상으로 창조하셨는데…. 수술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모습이 제일 예뻐요”라고 하더라고요. 진심으로 위로받았고, ‘나조차 아껴주지 못한 나를 예쁘게 봐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저희는 벌써 7년 차 부부가 됐습니다. 그 사이 남편은 전도사에서 목사님이, 저는 교회 사모가 됐죠. 지금은 사랑하는 두 아이와 함께 더없는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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