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신임 반도체(DS) 수장으로 선임된 전영현(사진) 부회장이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조용하게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28일 파악했다.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로 삼성 반도체의 운전대를 잡은 상황에서 중국이 공교롭게도 미국의 기술제재에 맞서 반도체 기술자립을 위해 64조 원의 천문학적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등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데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부회장은 최근 고위 임원들과 만나 초격차 기술 리더십 회복을 위한 결집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이날 오전 DS부문 사업장인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DSR 타워로 출근했으며, 이날 중으로 취임 메시지를 소속 임직원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신임 DS부문장 발령 인사가 발표된 뒤로 일주일 만이다. 내부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업무 시작을 알리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공식적인 취임식은 없으며, 메시지는 대외가 아닌 내부 직원이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은 앞서 고위 임원진과 만나 ‘기초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가절감 위주의 사업 방향이 기술력 퇴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연구개발(R&D)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회장이 이 같은 판단을 내놓은 건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경쟁력 강화 역시 중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로 남은 상황이라 전 부회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서도 전사적 결집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인 경계현 사장은 전날 SNS에 이임사격 메시지를 게재, “반도체와 메모리, 배터리 사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AI와 같은 급진적 신기술 시대를 맞아 삼성의 경쟁력을 강화해줄 사람”이라고 전 부회장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