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7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 사기와 관련된 주택을 경매로 매입해, 피해자에게 무상 10년을 포함해 최장 20년 간 공공임대해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실효성·형평성 등에서 대체로 무난하다. 그러나 만시지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정부가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의 전세사기피해자특별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했는데, 이를 의식한 뒷북 대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대책은 현행 LH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한 것이다. 피해자는 살던 집에서 그대로 1차 10년은 무상으로, 추가 10년은 싼 월 임대료(시세의 30∼50%)로 거주할 수 있다. 경매 낙찰가는 통상 감정가의 평균 67% 수준이어서 LH는 시세차익을 낼 수 있어, 차액분을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셈이 된다. 국토부는 위반 건축물, 신탁시가 주택 등도 요건을 완화해 LH가 매입할 수 있게 하고, 피해자가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금융 지원도 한다.

민주당의 법안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자들이 낸 청약자금으로 조성된 것인데, 피해 보증금을 일부라도 선지급하게 해 1조 원 상당의 손실을 떠넘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다른 사기 범죄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사적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법안은 당연히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 대상이다. 정부와 여당도 민생이 우선이라면 선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2대 국회에서도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의존도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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