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촌愛올래 - 2024년 농촌관광 사업
(2) 세종 ‘생기충전 행복도시樂’
‘포도나무정원’ 농촌 체험장
5~6월 감자피자 만들기 등
계절별로 프로그램 차별화
염소·공작새도 볼 수 있어
오두막 10곳에선 캠핑 즐겨
식기류·채소·물 등 무료제공
‘가성비 최고 팜크닉’ 입소문
세종=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지난 25일 오후 세종 연서면 쌍류송암길에 위치한 ‘포도나무정원’ 실내체험장. 김경숙(여·51) 포도나무정원 대표의 설명에 맞춰 30여 명의 가족이 딸기 파르페 만들기에 한창이다. 정원 이름에 걸맞게 포도나무 덩굴이 돔 형태의 체험장 천장을 수놓고 있다. 달콤한 딸기 파르페를 조금이라도 먼저 맛보기 위해 비닐장갑을 낀 고사리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자, 다 만들었으면 이제 부모님께 한 입씩 드리고, 어린이들은 두 입씩 먹으면 돼요! 먹기 전에 사진 찍는 거 잊지 마시고요.” 김 대표의 재치 만점 진행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파르페 만들기를 끝낸 체험객들은 정원 앞 감자밭으로 이동했다. 따스한 봄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에 흙길을 걷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고 신난다.
“흰색 꽃 보이죠? 그게 감자 꽃인데 한 사람당 20개씩 따 주면 됩니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이렇게 감자 꽃을 따줘야 땅 밑에 자라고 있는 감자알이 굵고 단단해진다는 걸 배웠다. 6월 중하순 이후가 되면 다 자란 감자 캐기 체험도 가능하다. 캔 감자로는 감자전과 감자 피자를 만든다.
돌아오는 길에는 얼마 전 태어난 병아리와 새끼 공작새도 만났다. 포도나무정원에는 염소, 닭, 공작새, 강아지, 토끼 등 어린이와 함께 놀 동물 친구들이 많다. 따 온 감자 꽃을 닭에게 모이로 준 아이들이 이번에는 솜사탕 만들기에 나섰다. 포도 맛, 멜론 맛, 딸기 맛 설탕 중 하나를 골라 솜사탕을 만드는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세종 집현동에서 온 김상원(9) 군은 “아빠가 딸기를 키우시니까 딸기 맛 솜사탕, 또 여기가 포도정원이니 포도 맛 솜사탕을 만들고 싶다”며 “모래 놀이터와 오두막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김 군의 어머니인 황지애(38) 씨는 “조리원 동기 가족들과 함께 왔다”며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고 시설 관리가 굉장히 잘돼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은 세종시 ‘농촌애(愛)올래-지역단위 농촌관광 사업’인 ‘생기충전 행복도시락(樂)’과 연계해 이뤄졌다. 세종시는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농어촌자원개발원이 농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하는 ‘농촌애올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생기충전 행복도시락의 대표 농촌체험장인 포도나무정원은 김 대표가 시아버지가 농사짓던 땅 2000평(약 6600㎡)을 개조해 3년여의 준비 끝에 2017년에 설립한 곳이다. 포도나무정원의 상징인 200m에 달하는 포도나무 터널을 비롯해 삼색 버드나무, 보리수, 블루베리, 데이지, 나팔꽃 등 정원을 채우고 있는 꽃과 식물 중 김 대표 부부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정원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포도나무 터널 아래에는 10개의 세모 지붕 오두막이 자리 잡고 있어 체험객들은 별도의 장비 없이도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오두막 바로 앞 타프가 쳐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해먹에 누워 고즈넉한 정원 풍경을 감상하거나 오두막에 들어가 낮잠도 잘 수 있다. 특히 오두막 간 간격이 넓고 뒷면은 막혀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없이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1박 2일을 보낼 체험객들을 위해 5동의 숙소도 마련돼 있다. 계절별로 체험 종류도 다양하다. 4∼5월 쑥 뜯기와 쑥개떡·전통 두부·진달래 화전 만들기, 5∼6월 파르페와 감자 피자 만들기, 7∼8월 포도 따기와 빙수 만들기·물놀이, 9∼10월 포도잼·포도 비누 만들기와 고구마 캐기·핼러윈 파티, 11∼12월 고구마 굽기·팥죽 쑤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세종 고운동에서 온 김미희(여·37) 씨는 “6세 딸, 남편과 함께 왔는데 자연·가족 친화적이어서 좋다”며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월요일마다 ‘주말 보낸 이야기’를 하는데 얘깃거리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텃밭 근처에서 사륜 바이크 타기 체험까지 마친 체험객들은 배정받은 오두막에 모여 이른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항아리 바비큐 시간이 다가오자 정원 입구에 위치한 공유 주방이 들썩인다. 집에서 가져온 수육용 돼지고기를 김 대표에게 맡기면 김 대표 부부가 시즈닝한 고기를 2시간 동안 항아리에서 구워내 썰어 준다. 그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 없는 소위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황홀한 바비큐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체험객들은 고기, 밥, 김치만 준비해 오면 된다. 쌈장 등 각종 장류, 마늘·파·양파 등 채소, 식기류, 물 등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유 주방엔 전자레인지와 밥솥도 구비돼 있다. 캠핑용품을 갖고 다닐 필요 없이 간편하게 팜크닉을 즐길 수 있는 덕분에 포도나무정원에는 세종뿐 아니라 천안, 대전, 청주 등 인근 지역과 전국에서 연간 4000∼5000명이 다녀가고 있다.
지역 상생도 눈길을 끈다. 일손을 돕고 있는 2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다. 파르페 재료인 딸기처럼 인근 농장에서 농작물을 수매하고 휴경지를 임대해 밭작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가족과 단체 관광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가성비가 좋다며 많이들 찾고 있다”면서 “특히 농촌애올래와 연계해 입장권 가격도 할인되니 앞으로 도움이 더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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