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윤학용(37)·주미영(여·34) 부부
저(미영)와 남편은 같은 반도체 회사에서 일한 직장 동료였습니다. 서로 부서가 달라 전체 회식 자리에서 마주치는 정도였어요. 전 회사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퇴근하고 기숙사 주변을 산책하는 게 취미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기숙사 근처에서 들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는 남편과 우연히 마주치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함께 걸으면서 회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개인적인 근황도 공유하게 됐습니다. 산책을 끝내니 어느샌가 2시간이 훌쩍 지나갔더라고요. 다음 날부터는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비슷한 시간대에 만나 함께 산책했어요.
저에 대한 사소한 것 하나까지 기억하고 있는 남편에게 호감을 느꼈어요. 남편과 술 한잔을 하고 있었는데, 대뜸 남편이 입사 첫날 저와 스치듯 인사하고 지나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날 노란 카디건을 입고 있었어요”라고 말했어요. 저도 기억 못하는 그날의 일을 뚜렷하게 말하는 남편에게 감동했던 것 같아요.
얼마 뒤 남편을 포함해 직장 동료들과 함께 회식한 뒤 술김에 “우리 사귀는 건가?”라고 물었고 남편은 거리낌 없이 “사귀자”고 대답해 연인이 됐습니다. 나중에 남편이 말하길, 매일 챙겨줬던 길고양이가 저를 만나도록 도와준 것이라며 ‘고양이의 보은’이라고 하더라고요.
2017년 결혼한 저는 지금 고양이 ‘행이’와 ‘복이’의 ‘집사’(고양이 주인을 일컫는 별명)로 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아끼고 좋아한 남편과 달리 저는 고양이라면 질색했지만, 남편을 만나다 보니 고양이도 점점 좋아졌어요. 결국, 남편의 계속된 설득과 1년 넘는 고민 끝에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고양이를 무서워했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예쁘고 귀엽더라고요. 아직 여건이 되지 않지만, 어릴 때 주택에서 자랐던 우리는 테라스가 딸린 단독주택을 갖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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