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다음 날인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다음 날인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을 방문해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족 핵 위협” 비판에 발끈

김정은, 위성 발사 실패 인정
한국 대응훈련엔 “불장난” 비난


북한이 2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의 핵 선제공격 위협 등을 비판하는 한국을 겨냥해 “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통일·화해·동족 개념을 폐기한 이후 국제회의 석상에서 최초로 동족 관계를 공식 부인하는 발언이 나온 셈이다.

주영철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이날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한국 측 대표가 북한 핵 위협을 지적하자 답변권을 행사해 “한국 측의 상투적인 비난이 터무니없고 대응할 가치도 없으므로 불필요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며 “북한은 자국의 국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양측 관계는 더는 동족이 아닌 두 국가 간의 관계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며 “북한과 한국이 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한국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일훈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이날 러시아 대표가 한·미·일 안보 공조가 역내 위험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자 “남쪽의 한민족을 대상으로 한 선제 핵무기 사용 위협을 포함해 북한의 점점 커지는 핵 위협이 바로 우리가 역내 확장억제와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북한 핵 위협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칭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기존 ‘남조선’(South Korea)이 아니라 ‘대한민국’(ROK·Republic of Korea)으로 바꿔 불렀다.

한편 김 위원장은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다음 날인 28일 한국의 대응 훈련을 “불장난”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군사정찰위성 보유는 자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자 “국가 주권과 정당방위를 위한 필수 불가결의 선결적 과업”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국 괴뢰들은 정찰위성 발사를 놓고 그 무슨 도발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저들의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환이라고 지껄이면서 공격편대군비행 및 타격 훈련이라는 것을 벌여놓았다”며 “좌시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도발 행위이자 우리가 격노하지 않을 수 없는 명백한 국권 침해행위, 용서 못 할 불장난”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발사는 1계단 발동기(엔진)의 비정상으로 인한 자폭체계에 의해 실패했다”며 “우리는 실패에 겁을 먹고 위축될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분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권승현 기자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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