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탱크를 앞세운 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진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라파 중심부에 위치한 알아우다 모스크 인근까지 탱크와 병력을 진입시켰으며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육군 제공 AFP 연합뉴스
28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탱크를 앞세운 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진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라파 중심부에 위치한 알아우다 모스크 인근까지 탱크와 병력을 진입시켰으며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육군 제공 AFP 연합뉴스


라파 난민촌 공습 45명 사망에
백악관 “대규모 지상전 아니다”
이 “2차 폭발탓” 사망 책임전가
3주간 민간인 100만명 탈출


미국 백악관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난민촌 폭격으로 최소 45명이 사망했지만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난민촌 추가 공격 주장이 나오는 등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확전으로 민간인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8일 “탱크 한 대, 장갑차 한 대 정도로는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현재 거론할 (대이스라엘)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스라엘군 공습에 의해 라파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 사태에서 미국의 대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촉발할 요소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바라고 믿는다”며 이스라엘 지원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이번 사고가 지상전이 아닌 공습에 의한 것 인 만큼,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대규모 지상전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조치가 불러올 국내외 파장을 감안해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 수위를 조절하고 휴전 협상 재개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이스라엘 정책은 지지층의 불만을 더욱 키워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45명이 사망한 난민촌 화재 사고가 자국의 공습이 아닌 하마스가 숨겨둔 무기의 2차 폭발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공습 당시 하마스 고위 관리를 겨냥해 17㎏짜리 폭탄 2발을 쐈다”며 “이 폭탄은 자체적으로 화재를 유발할 수 없다. 폭탄이 떨어진 곳에 다른 무기가 저장돼 있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또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 서부 알마와시 난민촌을 포격해 여성 13명 등 최소 21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인도주의적 구역인 알마와시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이 라파에 연일 공습을 가하고 탱크 등 병력을 투입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라파를 탈출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최근 3주간 약 100만 명의 민간인이 라파를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인도적 지원 확대를 위해 건설한 임시 부두가 심한 파도 등에 손상됐다면서 이스라엘로 보내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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