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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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건강검진을 위해 학생들에게 상의를 벗게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지난 20일 요코하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한 건강검진에서 4~6학년 남녀 학생 약 100명이 남자의사로부터 상의를 모두 벗은 상태로 진료를 받았다. 특히 남자 의사가 청진기로 학생들의 심장소리를 듣는 진료 과정에서 일부 여학생이 옷을 벗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건강검진에는 남자의사 뿐 아니라 여자 간호사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은 해당 여학생의 부모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이슈가 됐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각 가정에 ‘옷을 벗고 상반신을 검사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이 건강검진을 마친 후 집에 돌아가 부모에게 “옷을 벗고 싶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병원에서도 옷에 청진기를 대는데 건강검진할 때 셔츠를 안벗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탈의를 요구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앞서 2022년 오카야마현의 한 중학교에서는 의사가 건강 검진 중에 속옷 차림의 여학생 5명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체포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상의 탈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엇갈리고 있다. 학교 보건 전문가인 가와무라 다카시 교토대학 명예교수는 “2~3초간 호흡을 멈추면 셔츠 위에서도 심장 박동을 확인할 수 있지만 문지르는 소리가 들리기 쉽기 때문에 완전히 진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학교 건강검진은 제한된 조건에서 이상을 선별해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의학적 이상을 추구해야지 안전과 편안함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료윤리가 전문인 코다마 사토시 교토대 교수는 “정부가 지자체와 학교가 일관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더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옷을 입는 것에 따라 검사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부모와 학생이 어떻게 건강검진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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