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일성
무거운 책임감… 거센 도전…
반성문에 가깝게 상황 분석
“AI시대 겪어보지못한 미래
방향 제대로 잡고 대응해야”
30일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침묵을 깨고 9일 만에 내놓은 취임 메시지는 ‘위기’라는 두 글자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 위기감에 젖은 표현들로 가득 찼다. 혁신과 포부 등을 강조하는 여느 취임사와는 결이 전혀 달랐다. 전 부문장 앞에 놓인,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전방위적인 도전들을 조목조목 적어 내려갔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원 포인트 인사로 반도체 사령탑을 전격 교체한 삼성그룹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온다.
전 부문장은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인사부터 “먼저 어려운 상황에서도”라고 시작하면서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을 열거했다. 그는 메모리 사업부장 이후 7년 만에 다시 DS로 돌아왔지만, 그사이 사업 환경과 회사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한다고도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연간 14조88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대만의 TSMC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는 최근 급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30년간 ‘부동의 1위’였던 만큼, 이 같은 현재 상황을 놓고 ‘삼성 피크론’도 거론되고 있다.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전 부문장은 취임사에서 이 같은 메모리 사업의 위기, 파운드리 사업의 격차, 시스템LSI 사업 고전 등을 하나하나 예로 들었다. 전날에는 DS 부문이 중심이 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하는 등 ‘악재’도 불거졌다.
전 부문장은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책임감을 느끼지만,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방안을 찾아 극복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임직원들의 동참도 호소했다. 그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고 뛰어난 연구 경험과 노하우도 축적돼 있다”고 전제한 뒤 “최근의 어려움은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전삼노 사태의 조기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새로운 미래도 제시했다. 전 부문장은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이고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며 “이는 우리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대응한다면 AI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 사업의 다시 없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저는 부문장인 동시에 여러분의 선배”라며 “삼성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다시 힘차게 뛰어보자”고 당부했다.
이용권·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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