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한의 도발이 변태적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적을 괴롭히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산주의의 특성상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레드라인을 넘었다. 김정은 수령 체제의 말기적 증상인지 러시아가 확실하게 뒷배를 봐줘서 그런지 분간이 안 간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오물 투하로 한반도를 흔든다.

북한이 풍선에 매달아 보낸 ‘휴지짝과 오물짝’이 담긴 대남전단이 한반도를 관통했다. 이 풍선에는 분변 등 오물과 쓰레기 봉지가 매달려 있었고, 풍선은 공중에서 타이머 장치로 터뜨리는 방식으로 보인다. 북한의 풍선은 민가 지역뿐 아니라 공항·고속도로 등에 떨어질 수 있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대형 풍선 안에 커다란 물체도 있어 차량과 주택 지붕이 파손되기도 했다. 북한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공격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26일 국방성 담화를 통해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국경 지역에서의 빈번한 삐라와 오물 살포 행위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북한의 오물 도발 의도는 다음 두 가지다.

우선, 군사정찰위성 실패의 국면 전환 전략이다. 북한이 지난 27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는 발사 2분 만에 1단 로켓이 폭발했다.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실패를 인정하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우리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북한은 6개월 만에 기존 백두산 엔진에서 연료·산화제를 바꾼 새 대형 엔진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김정은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대형 엔진에 관심을 보이더니 무리한 엔진 교체를 시도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러시아 기술진을 맹신했는지 애초에 무모한 시도였는지는 추가 정보 분석이 필요하다. 한일중 정상회의에 맞춰 기술적으로 불완전한 새 엔진을 장착하고 발사를 강행한 김정은의 결정은 브레이크 없는 벤츠 같다.

다음은, 대남 민심 교란 심리전이다. 지난 4월 총선 때는 잠잠하던 북한이 드디어 대남 교란 작전 전개에 나섰다. 오물 투하는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 때문이라며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서서 ‘성의의 선물’이라고 조롱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서울 도심에서 남부 지방에 이르는 오물 투하는 청정 환경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 모욕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 다양한 방법을 뒤섞어 구사하는 하이브리드 심리전이다.

남한 전역에 뿌려지는 수백 개의 오물 풍선과 함께 대형 엔진을 장착했으나 2분 만에 폭발한 군사정찰위성 도발은 2024년 평양 지도부의 기괴함과 무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정은이 연초에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두 국가론을 주장한 만큼 향후 도발 행태는 상상하기 어려운 양태를 보일 것이다. 민족에만 기반한 대북 인식에서 탈피해 적국(敵國)이 위해를 가한다는 사고의 전환도 해야 한다. 그로테스크한 심리전부터 서해 5도 기습 도발 공격 및 생화학 테러 등 평양의 다양한 대남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남한 내부에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대남 선전 선동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민관군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 태세 수립이 절실한 때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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