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임기 중에 효과를 보기 힘들더라도 국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해야 한다. 포퓰리즘이 판치는 상황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私邸) 방문은 그런 책무를 새삼 일깨운다. 한국을 국빈방문한 무함마드 대통령은 29일 이 전 대통령과 서울 논현동 사저에서 반갑게 재회했다. 외국 정상의 전직 대통령 사저 방문은 외교 의전상 매우 이례적인데, 한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퇴임 뒤 이 전 대통령이 당했던 사법적·정치적 고초를 고려하면 더욱 의미가 크다.

기업가 출신으로 중동 경험이 풍부한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때이던 2009년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설득해 프랑스로 거의 낙점됐던 UAE 최초 원전을 수주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일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신의 뜻’ 아니겠나”라고 했다. 총 20조 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은 지난 3월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UAE는 중동 지역 변화를 주도하는 나라여서,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의 제2 중동 붐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바라카 원전 성공이 윤석열 정부 들어 이집트,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등의 원전 프로젝트 진출에 디딤돌이 됐다. 양국은 이번에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을 맺은 것은 물론 협력 대상을 원전·방산에서 문화·게임 영역까지 확대했다. UAE 대통령의 이 전 대통령 사저 방문이 윤 대통령은 물론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에게 ‘국익을 위한 국정’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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