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의 1962년 작 ‘그림자 없는 산’, 95.8×193.5㎝.  크리스티홍콩 제공
이성자의 1962년 작 ‘그림자 없는 산’, 95.8×193.5㎝. 크리스티홍콩 제공


홍콩 ‘20·21세기 미술품’ 경매
韓작품 17점 출품… 15점 낙찰


홍콩=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이성자(1918∼2009) 화백의 프랑스 아틀리에가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주목받는 가운데, 이 화백의 작품 역시 최근 열린 크리스티 홍콩에서 작가 개인 최고가를 경신해 또 한 번 화제다. 이 화백은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환기(1913∼1974)에 비해 국내에는 덜 알려졌다. 그러나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연계전시 ‘이성자 : 지구 저편으로’가 호평을 받는 등 한국 추상화 선구자이자 독보적 여성 작가로서의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30일 크리스티 홍콩에 따르면, 지난 28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세기 미술품 저녁 경매에서 이성자의 1962년 작 ‘그림자 없는 산’이 819만 홍콩달러(14억4000만 원)에 낙찰되며 한국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작가의 최고가이면서, 한국 여성 작가로서도 최고 판매액이다. 작품의 입찰엔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또, 29일 낮 경매에서도 이성자는 ‘천왕성의 도시 4월’이 378만 홍콩달러(6억6500만 원)에 팔려 탄탄한 입지를 증명했다. 30일 오후 한국 기자들과 만난 벨린 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가다. 뛰어난 작품을 소개해서 기쁘고, 결과도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이성자 돌풍’에 대해 “1950년대 이후 파리에서 김환기, 남관 등과 함께 활동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된 측면이 있다”면서 “저평가된 여성 작가들이 최근 시장에서 재조명받는 흐름과 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배의 ‘붓질 3-88’, 162×130㎝.
이배의 ‘붓질 3-88’, 162×130㎝.


28·29일 양일간 한국 작품은 총 17점이 출품돼 15점이 낙찰됐다. 대부분 추정가를 넘겨 거래돼 불황 중에도 준수한 성과를 올린 것으로 평가됐다. 김창열의 ‘물방울’(8억7000만 원), 백남준의 ‘루트 66’(2억8000만 원) 등 28일 경매에 등장한 한국 작품 4점은 모두 낙찰됐다. 특히, 이배의 ‘3-88’(2억1000만 원)은 ‘붓질’ 시리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환기 출품작 2점 중 ‘산과 달’이 119만7000홍콩달러(2억1000만 원), ‘21-V-68 #21’이 88만2000홍콩달러(1억5500만 원)에 낙찰됐다. 이우환의 ‘코리스판던스(Correspondance)’는 107만1000홍콩달러(1억8800만 원)에, 하종현의 ‘콘정크션(Conjunction) 09-63’은 94만5000홍콩달러(1억6600만 원)에 팔렸다.

젊은 작가들도 빛났다. 애나 박의 ‘생크 미 레이터(Thank Me Later)’가 37만8000홍콩달러(6600만 원)로 21세기 낮 경매에 등장한 한국 작가 중 최고가에 판매됐다. 또, 스티키몽거의 ‘햄버거 헬퍼’가 18만9000홍콩달러(3300만 원)에 낙찰됐다.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