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안전·보건 분야 등 포함
고용·환경부 등에 120건 건의


지난해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A 철강업체는 생산 공정 가동중단으로 최근 영업이익이 20%가량 감소했다. A 업체는 장기간 실적 악화를 사유로 안전보건실태 점검, 개선조치 사항, 재해가 발생한 작업장의 근로자 의견을 청취한 뒤 고용부에 보고하고 작업중지 해제를 요청했다. 이후 현장 점검을 나온 고용부 감독관은 회사가 제출한 사항에 대해 확인까지 했지만, A 업체는 절차상 해제심의위원회를 통해 작업중지 해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업체 관계자는 “해제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 때문에 해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B 업체는 유해·위험 물질을 다루는 업종으로 분류돼 현행법상 ‘공정안전보고서’(PSM)를 작성하고 이를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해 안전성 심사를 받도록 돼 있다. B 업체는 이달 공장 내 도입한 생산장비 10여 대에 대한 PSM을 작성하려면 3600쪽 분량의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연간 B 업체가 작성한 보고서는 47건에 달한다. B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클린룸) 내부에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고 장비도 국제안전인증(SEMI)을 획득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대형 화학 공장에 적합한 기준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중대재해를 예방 또는 사후조치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5일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안전보건·환경 분야 규제개선 과제 총 120건을 발굴해 고용부, 환경부, 국무조정실 등 정부 부처에 건의했다. 경총의 주요 규제개선 과제에는 산업안전(76건), 산업보건(19건), 환경(25건) 등이 포함됐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보건·환경 분야 규제는 현장과 맞지 않을 경우큰 장애물이 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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