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김기민(36)·방세라(여·34) 부부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보자고 결심한 2017년, 저(세라)는 오픈 카톡방을 이용해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했어요. 첫 모임에 나간 절 맞이해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었습니다. 남편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바람 저항을 줄이기 위해 소위 ‘쫄쫄이’처럼 생긴 ‘빕’이라는 옷을 입거든요. 몸에 쫙 붙는 바지에 선글라스, 페달 전용 신발인 클릿슈즈를 신고 말을 걸어오는 남편 모습에 순간 거부감이 먼저 들었죠. 본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기도 했고요. 뒤로 처지는 저를 남편이 계속 챙겨줬는데 속으로 ‘제발 말 걸지 마’라고 되뇌었을 정도예요.

그러던 남편에게 호감이 생긴 건 동호회 채팅방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예요. 누가 봐도 한쪽이 잘못했는데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남편이 나서서 할 말을 하며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이 사람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호감이 생긴 가운데 동호회 술자리가 있었어요. 막차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 분위기에 휩쓸려 러브샷을 하게 됐고 우리 둘이 잘 어울린다는 주변 성화에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어요.

4년간 연애하면서 저희도 여느 커플처럼 위기가 있었어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커지며 결국 파혼까지 생각했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오는 부담감과 갈등 때문에 우울감이 든 영향이 컸어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단지 서로의 말 한마디에 섭섭함을 느꼈던 거였어요. 서로 사랑했던 시간과 결혼을 준비했던 정성이 있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함께해 나가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식을 준비하면서 계속 속이 메스껍고 평소에 좋아하지도 않은 ‘딸기라테’가 당기더라고요. 아니나다를까 임신 6주 차였습니다. 지금도 결혼 후 찾아오는 우울감인 ‘메리지 블루’를 이겨냈느냐고 하면 물음표긴 해요. 이제 두 돌이 지난 아들과 함께 셋이서 슬기롭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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