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지난달 27일, 모두가 염원하던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에 개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열린 개청식에서 “우주 항로를 개척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2032년 달 탐사와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기 위한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100조 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며 대한민국의 우주시대를 선언했다. 항공우주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정부와 국회 및 지자체가 뉴에어로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항공청 설립을 빠르게 추진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한다.

지난 2016년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등장과 함께 하늘과 우주에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주 분야는 발사체 재사용 기술로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스페이스X가 기존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으며,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은 ㎏당 발사 비용 목표가 10달러에 불과해 수천 달러로 우주에 진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일반인이 위성을 소유하고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우주 대중화 시대가 다가오고, 우주 서비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다. 하늘에는 도심항공교통(UAM)이라는 플라잉카가 등장했다. 현재 세계 500여 기업이 개발 중인데 2030년 상용화가 예상된다. UAM은 도심과 지역, 도시와 도시 간의 이동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주 경제 규모를 오는 2040년 27조 달러로 예상해 지난 2020년 4470억 달러에 비해 60배 이상 성장을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UAM 시장을 2040년 1조4740억 달러로 전망한다.

세계 각국이 우주 공간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우리는 우주산업 컨트롤타워 부재로 선진국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1958년 미국 나사(NASA), 1972년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2003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 선진국들의 전담 기구 설립 시기에 비하면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늦었다. 항공산업도 방위산업 중심으로 성장하며 K-방산 신화를 이뤘지만, 민간 분야는 몇몇 선진 업체의 독점적 지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

하지만 이렇게 드라마틱한 변화와 혁신은 도전자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된다. 진입 장벽이 높은 우주·항공 분야도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념이 도입되면서 점차 빗장이 풀리고 있다. 우리는 그 틈을 노려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아직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인 미완성 기술이다. 그리고 우주 공간 또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미선점 분야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후발 주자인 우리에게는 제2의 성장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우주항공산업은 선진 기술들을 뒤따라가는 추격자 입장이었으나, 이제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항공청은 산업계에 천군만마와 같이 든든한 존재다. 기업은 기업들이 미래 우주항공 시장에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책적·제도적 지원은 물론 강력한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우주항공청과 산업계가 공동의 목표로 손을 맞잡고 빠르게 대응해 나간다면, 우주항공청의 설립 목표인 ‘우주항공산업 세계 5대 강국 달성’은 단순 캐치프레이즈가 아닌 현실이 되고 더 나아가 우주항공산업이 자동차·반도체를 뛰어넘는 국가대표 전략산업으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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