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명의 참가자는 8개 층에 각각 머뭅니다. 층수는 곧 계급이죠. 1층은 1분에 1만 원씩 시간당 60만 원을 벌고, 8층은 분당 34만 원, 시급 2040만 원을 받는데요. 이처럼 생산성은 다르지만 그들 모두 성별, 외모, 직업에 관계없이 ‘먹고 싸는’ 존재라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이 공통점에서 갈등이 잉태된다는 것이 아이러니죠.
밥은 8개 층을 연결하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위층부터 공급되는데요. 먼저 선택권을 갖는 건 대단한 권력이죠. 위층에서 밥을 가로채면 아래층은 굶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배를 곯지 않기 위해 아래층은 위층의 말에 순응하게 됩니다.
더 흥미로운 건 똥이죠. 화장실 없는 방에서 각자가 배변 봉투를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인데요. 일종의 혐오 시설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구조인 겁니다. 여기서 변수가 발생하는데요. 다리가 불편한 1층 남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노동에 동참하지 못하자 “대신 모든 배변 봉투를 맡겠다”고 나서는데요.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 쇼에 참가한 가난한 서커스 단원을 장애인으로 설정해 1층에 살게 한 건 ‘자본=계급’이라는 살풍경을 보여주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었을 겁니다.
과거 즐겨보던 MBC 국제 시사 프로그램 ‘W’에서 아프리카 케냐를 다루며 ‘플라잉 토일렛’을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케냐 여성들이 밤에 멀리 있는 화장실에 가다가 납치·강간·살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비닐 봉지에 볼일을 본 후 던져 버리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TV 후원 광고를 통해 모인 돈으로 식수를 공급하는 상수도 시설을 구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화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수 시스템이 없으면 위생이 보장되지 않고, 이는 말라리아모기 및 각종 열병을 옮기는 해충의 창궐로 이어져 아프리카 지역의 사망률을 크게 높이기 때문이죠.
먹으면 싸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응당 배는 채우면서도 정작 배를 비우는 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이들에 대한 일침, 혐오 시설의 필요성은 알면서도 ‘내 집 앞은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에 대한 풍자. ‘더 에이트 쇼’가 꿰뚫은 정곡입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