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철환의 음악동네 - 테일러 스위프트 ‘포트나이트’
외국어는 그렇다 치고 한국말인데도 바로 못 알아들으니 난감하다. 젊은 직장인들과 대화하는데 저희끼리 이런 말을 한다. “결정사 가입하는 데도 돈이 꽤 든대” 결정사. 난해한 단어다. 출판사나 사찰 같은데, 거기 가입한다는 건 또 뭔가. 선택 장애자들의 동아리인가. 이럴 땐 자책보다 묻는 게 상책이다. 허를 찌르는 답변이 돌아온다. “결혼정보회사 모르세요?”
명색이 국어 선생 출신인데 자국어 통역이 필요하니 세월이 야속하다. 두 편의 영화가 망막에 펼쳐진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원제는 통역 번역 과정에서 뭔가 빼먹었다는(Lost in Translation) 뜻인데 ‘결정사’는 여섯 글자에서 무려 세 글자나 빠트렸다. 제목을 독하게(독특하게) 바꾼 영화 중에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도 있다. 원제목은 ‘하이 파이’(High Fidelity)다. 고충실음향재생장치가 사랑의 리콜로 옷을 갈아입었으니 이거야말로 엄청난 재생, 혹은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음악동네에도 잃은(lost) 자들이 많다. 보비 다린(1936∼1973)이 부른 ‘로스트 러브’(Lost love)는 7080세대에 번안가요 ‘잃어버린 사랑’(1969)으로 친숙하다. 송창식은 아마추어 시절 세시봉에서 윤형주 혼자 이 노래 부르는 걸 객석에서 들었다. 트윈 폴리오 결성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회고한다. 원곡의 가사를 풀어헤치니 요즘 사회면을 달군 기사(‘세기의 결혼이 세기의 이혼이 되다’)가 소환된다. ‘내가 필요로 했던 그 사랑을 보냈어요(I left the love I needed) 어떻게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how could I be so wrong) (중략) 내가 허비한 모든 세월(For all the years I wasted) 내가 저지른 모든 실수(and all mistakes I made) 내가 겪은 모든 사랑 때문에(for all the loves I tasted) 얼마나 큰 대가(代價)를 치러야 하는지(how dearly I have paid)’
‘사랑한다면 결혼하지 마라’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너무 빨리 갈라선 후배를 지켜보며 쓴 글이다. 솔직히 연애할 땐 청소 안 해도 되지만 결혼하면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에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이정선, 외로운 사람들) 외로워서 결혼하고 괴로워서 이혼한다지만 현실에선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주변을 보면 필요해서 결혼하고 피곤해서 이혼하는 사례가 더 많다. 연애할 땐 불꽃이 팍팍 튀다가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 불똥이 퍽퍽 튀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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