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 박성진(31)·안은희(여·32) 부부
2013년 5월 대학교 실습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잠깐 올라왔던 저(은희)는 그곳의 교회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까칠한 고등학생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에요. 처음 만난 그 날, 우연히 남편과 함께 집에 돌아가게 됐어요. 그때 무심코 “앞으로도 교회에 자주 나와”라고 말했는데, 남편은 그 말을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였나 봐요. 다음날부터 교회에 나가면 남편은 항상 제 옆에 앉았어요.
그러다 남편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제 휴대전화로 남편 번호로 전화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일로 자연스럽게 번호 교환을 하게 됐죠. 실습이 끝나고 지방에 내려갔을 때 남편은 휴대전화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계속 저에게 연락해 왔어요. 딱히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는데도 남편은 “누나가 좋다”는 말을 매일같이 했어요. 지금 보면 플러팅이었던 것 같아요.
평소 24시간 내내 연락을 주고받다 제가 1박 2일로 교회 캠프를 가면서 연락이 안 됐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남편은 초조한 마음이 들면서 이 사람을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 남편은 서로의 비밀 하나씩을 이야기하자더니 저를 많이 좋아하는 게 자기의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장거리 연애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남편이 외롭지 않게 하겠다는 확신을 줘서 연인이 되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10년 동안 연애를 이어갔습니다. 남편이 약대 입시를 준비하느라 남들보다 늦게 군대에 가면서 뒤늦은 ‘고무신’ 생활도 해 봤고요.
지난해 8월 결혼식을 올린 우리는 아직도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어요. 대학생이었던 저는 어느새 고연차 직장인이 됐고, 수험생이던 남편은 약대를 드디어 졸업해 첫 월급을 받아왔습니다. 10년간 연애하면서 서로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게 참 뜻깊은 일인 것 같아요. 앞으로 함께 해온 시간만큼 남은 평생도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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