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째 의료파행에 경영난 심각
환자들도 ‘손해배상’ 법률 자문


넉 달째 이어진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빚어진 의료 파행 탓에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들이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는 하루 수억∼10억 원대씩 경영상 손실을 입고 있는 병원이 집단행동을 한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법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일부 환자들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모 병원장은 “이번 사태로 입은 경영상 손실에 대해 결국 병원장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경영 위기에 시달리는 병원장들 머릿속에는 ‘손해배상 소송’ 카드가 다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 청구 시기와 대상에 대해 고심 중”이라며 “손해를 복구하는 노력을 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사태 초기에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다가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 경영진들이 병원 손실이 발생하자 전공의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다가 접었다”며 “다른 병원들과 (소송 관련) 보조를 맞추지 않고 (삼성서울병원만) 먼저 치고 나갈 경우, 의사들에게 찍혀 매도당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돼 결국 보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의정 갈등 국면이 마무리되면 병원과 환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병원 매출감소분 중 손해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집단행동을 한 의사들에게 손해배상소송 제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병원장 등 경영책임자가 손해 회복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형사상 배임죄에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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