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중도 정치 지형 쪼개져
기후·이민정책 발목 잡힐수도


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1당을 확정한 중도우파 정치그룹(교섭단체) 유럽국민당(EPP)이 세를 불린 극우정당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기존 중도 및 좌파 정치그룹과의 연대를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지만 극우 정당이 전체 의석(720석)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약진한 상황이어서 자칫 정치적 대립과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타나시스 바콜라스 EPP 사무총장은 10일 유로뉴스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유럽 보수와 개혁(ECR)과 연대 협상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EPP는 기존에 연대를 구성해 온 사회민주동맹(S&D)과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 녹색당-유럽자유동맹(EFA)과 함께 유럽의회에서 다수당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전 예상과 달리 EPP가 안정적으로 1위(186석) 자리를 지킨 데다 제2·3당인 중도좌파 S&D(135석)와 중도 자유당그룹(79석)을 합하면 과반인 4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에 연임을 노리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EPP 소속)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전날 S&D, 중도 자유당그룹과 ‘친 EU 연대’를 계속 유지할 뜻을 밝혔다. 유럽의회 내 극우 정치그룹인 ECR이나 정체성과 민주주의(ID)와 손을 잡았다가 향후 5년간 입법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중도·좌파 진영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멜로니 총리를 비롯한 극우 정치그룹과 손잡을 경우 연임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 정치 지형이 극우와 중도로 쪼개지면서 EU의 주요 정책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극우 진영이 늘어난 의석수만큼 기후·이민 등의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EU 입법, 예산안 심의·확정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한편 이날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프랑스를 뒤흔든 빈대 공포가 반이민 정서를 자극했으며 그 배후로 러시아발 가짜뉴스가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연계 온라인 계정이 빈대 출몰과 이주민 간의 연관 가능성을 과장하고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빈대를 퍼뜨린 것이 이주민들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러시아가 유럽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이 이끄는 르네상스당이 완패하자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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