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아기를 낳은 지 200일 정도 됐어요. 예정일보다 조산을 하게 돼 인큐베이터에 2주간 있어서 그런지 태어나서 바로 아기를 안아주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서럽기도 합니다. 모유 수유도 못하게 됐고요. 임신한 후 직장을 다니다가 출산 2개월 전쯤 그만뒀는데, 더 빨리 쉬었어야 조산을 하지 않았을 텐데 싶어서 후회가 많이 됩니다.
남편이 함께 출산휴가를 쓰고 같이 있던 때보다, 3개월이 지나 아기를 하루 종일 혼자 보니 더 힘듭니다. 밤중에 아이가 깨면 짜증이 확 나고 육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일할 때가 나았지 싶습니다.
육아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에 내가 낳은 아기가 마구 사랑스럽지 않고 짐이 된다고 느낄 때가 많으니, 모성애가 없는 건가 싶고요. 저 같은 엄마를 만난 제 아이가 불쌍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A :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 모성애도 시간이 필요
▶▶ 솔루션
사람을 만나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성격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서서히 정이 들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여는 성격도 있습니다. 임신하는 순간부터 엄마의 역할을 하게 된 점에 대해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서서히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낳은 자녀라고 해도, 내가 이 아이를 낳느라 커리어도 포기한 부분이 있고, 당장 잠도 못 자고, 자유가 없어졌는데 힘든 것은 당연합니다.
모성애는 모든 생물에게서 관찰되는 것이 아니며, 무조건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엄마인데 아기를 이뻐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 오히려 지금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 더 고통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시면 좀 더 즐거운 시기가 올 수 있습니다.
육아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생애 초기만 중요하다는 것엔 약간 오해가 있습니다. 심리학자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애착에 대해 중시하면서 생애 초기에 대해 언급한 까닭은 20세기 중반까지도 아기들이 기억 못 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의미 없는 시기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즉, 만 36개월까지 역시 중요하다는 뜻이지, 그 시기만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기를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지 마시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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