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수수한 명품 가방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했던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김 여사의 금품수수 과정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으므로 신고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왜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느냐’는 질문에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나타난 자료만으론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는 설명뿐이었다. 실제로 청탁금지법은 신고 사건 처리에 대해 ‘비밀 유지’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권익위의 부실한 설명은 권익위가 제대로 조사를 하긴 했느냐는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밀 유지 의무에도 불구, 권익위는 전원위 회부 시점이나 ‘종결’ 판단 배경 등은 상세히 설명했다. ‘선택적 비밀 유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권익위의 ‘대통령기록물’ 판단도 논란거리다. 권익위는 설령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최 목사는 재미교포다)으로부터 대통령 가족이 받은 선물은 ‘대통령기록물’로 국가 소유가 되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다고 봤다. 그 근거로 ‘대통령기록물’을 정의한 대통령기록물법 제2조에 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 따른 ‘선물’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공직자윤리법 제15조는 ‘공무원의 가족이 직무와 관련하여 외국인에게 선물을 받은 경우 바로 신고하고 인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통령기록물법에 외국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포함된 이유는 해외 순방 등 국빈 자격으로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받은 선물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개인적으로 수수한 선물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기엔 법의 취지상 무리가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권익위의 해명으론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의 권익위 존재 가치를 의심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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