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리뷰
비너스의 사라진 팔│비렌 스와미 지음│유강은 옮김│이데아
“보라, 온갖 경이로움 중의 경이를.”
이렇게 말했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뿐 아니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을 본 이들은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왜?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 조각상을 소재로 “아름다움을 완벽함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논지를 밀고 나간다. 1821년 2월 박물관에 도착했던 당시 비너스의 두 팔, 코끝, 왼쪽 젖꼭지 등이 소실돼 있었고 여전히 복원되지 않았다. 군데군데 균열이 났고 몸에 비해 큰 30㎝ 넘는 오른발도 눈에 띈다. 책은 “우리는 아름다움이 불완전함 속에 존재할 분명한 가능성에 마주한다”고 한다.
책의 상당 분량이 “가장 현명한 것은 무엇인가? 숫자다”라고 한 피타고라스 세계관으로 아름다움을 판별하는 것에 대한 논박에 할애됐다. 소위 ‘진화심리학’의 시각에서 비너스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0.7’이라는 이상적인 허리·엉덩이 비율 때문이다.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한 근거 데이터가 왜곡돼 있을 뿐 아니라, 특정 부분의 비율에서 ‘아름다움’이 성립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 기준도 사회적, 역사적 산물로서 유동적이므로 ‘미의 황금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묻기보다는 우리가 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지 질문하자고 결론을 낸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 해석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비너스 복원을 주장했던 완벽함에의 집착도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304쪽, 2만 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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