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각각 오는 17일,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로비에 집단휴진 철회 요구가 담긴 노동조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노조는 휴진에 따른 진료 연기, 예약 취소 등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윤성호 기자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각각 오는 17일,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로비에 집단휴진 철회 요구가 담긴 노동조합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노조는 휴진에 따른 진료 연기, 예약 취소 등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윤성호 기자


■ 대구푸른병원 김상규 원장 ‘내가 정상진료하는 이유는’

“지역서 유일한 화상전문병원
사회적 약자 사고 많이 당해
의사는 365일 제자리 지켜야”


“우리 병원이 문을 닫으면 대구·경북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 화상 환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됩니다. 화상 환자는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몰라요. 사회적 약자가 많이 당하는 사고이기도 하죠. 우리 의사들이 1년 365일 제 자리를 지키는 이유입니다.”

대구·경북의 유일 화상전문병원인 대구푸른병원 김상규(57·사진) 원장은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에서는 우리 병원을 제외하면 화상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며 “화상 치료 거점병원으로서 중증 응급 화상진료를 맡는 4차 의료기관이라서 진료를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 태평로에 있는 대구푸른병원에서는 김 원장을 비롯한 전문의 6명이 하루 평균 200명 환자를 보고 있다.

김 원장은 “전문의 개인 입장은 각각 다르겠지만 지역사회 내에서 우리 병원 역할을 생각하면 정상 진료를 해야 한다”며 “권역별로 화상전문병원은 5곳 있는데 한 지역 병원이 문을 닫아 환자가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신 면적 30% 이상 화상을 입은 중증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 30분에 불과하다. 화상 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으면 평생 심각한 기능장애와 화상 흉터와 더불어 마음의 상처도 떠안고 살아야 한다.

김 원장은 “화상 사고 특성상 부유층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당한다”며 “환자 자체가 사회적·의료적 약자인데 내 소명은 이들 곁을 끝까지 지키고 사람 목숨을 살리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푸른병원은 대구·경북 지역 대형소방서들과 핫라인이 구축돼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1년 내내 병원 문을 닫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환자들도 이번 전면 휴진 사태에 일절 동요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우리처럼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가 한두명씩 계속 늘어나다 보면 국민 신뢰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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