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상진료’ 선언 병원 잇따라
화상치료 전문 거점병원
“중증환자 진료 멈출수 없어”
집단휴진 불참한 분만병원
“내게 산모는 사명이자 운명”
“우리같은 의사들 늘어나면
국민 신뢰도 되찾게 될 것”
화상전문병원인 대구푸른병원은 대구·경북 화상거점병원으로 주로 이 지역 중증화상환자들이 찾는 곳이다. 지난 2022년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을 비롯해 대구·경북에서 발생하는 대형사고나 산업현장에서 다치는 화상환자들을 도맡고 있다.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르는 화상 특성상 이 병원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문을 닫지 않는다.
김상규(57) 대구푸른병원장은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사회에서 중증응급화상치료를 맡고 있는 병원의 역할 때문에 정상진료를 해야 한다”며 “의료 현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다들 화상중증치료에는 소명의식을 가진 외과의사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50여 명 남짓 있다. 화상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려면 외과 전문의를 딴 후에도 화상치료를 5년 가량 더 배워야 해 ‘러닝커브(학습곡선)’가 긴 편이다. 대구푸른병원에서는 김 원장을 포함한 전문의 6명이 대구·경북 지역 중증화상환자를 도맡고 있다. 이 병원에는 하루 평균 환자 200여 명이 오는데 이들 대다수는 중증응급환자다.
김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 대학병원에도 화상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시설을 갖춘 곳이 없어 우리 병원이 문을 닫으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는 만큼 사명감을 갖고 환자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신면적 30% 이상 화상을 입은 환자들은 골든타임 1시간 30분 내 치료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심한 흡입화상환자는 수액 치료, 응급수술, 호흡기치료, 고압산소치료 등을 바로 실시해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으면 기능장애와 화상흉터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정신적 고통에 평생 시달려야 한다.
화상 환자는 유독 사회적 약자계층에서 많이 나온다. 부유층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낮아서다. 김 원장은 “근로자와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시도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화상을 많이 입는다”며 “사람 목숨을 살리고 싶어 외과 전문의를 택했고, 사회적 약자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화상전문의로서 소명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도 김 원장은 후배들과 돌아가면서 1주일에 한번씩 당직을 서고 있다.

이번 의료파행 사태에서 화상이나 심·뇌혈관, 수지접합 등 전문병원이 의료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다하고 있다. 김 원장은 “화상 치료는 수익성이 높지 않아 소명의식이 없으면 못 버틴다”며 “환자를 제때 진료하기 위해 의료진이 대기하고 특수장비 등을 갖추는 과정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분만병원도 이번 전면휴진 사태에 참여하지 않는다. 오상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은 “분만 의사가 산모 곁을 지키는 것은 중환자·응급실 의사들이 정상 진료하는 이유와 같다”며 “산과의사는 산모와 태아 두 사람 생명과 직결된 진료를 한다는 사명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의사단체 입장을 지지하는 개원의도 많다”면서도 “산과의사에게 산모는 사명이자 운명 같은 의미라, 의사가 진통이 온 산모 곁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성환 대한전문병원협회장은 “전문병원 역할이 지역·필수의료 기능까지 맡으면서 확대되고 있다”며 “협회 지침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각 전문병원이 환자 불편과 아픔을 가중시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 휴진을 안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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