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BTS ‘다이너마이트’

입대한다고(2022년 12월) 소란스럽더니 전역한다고(2024년 6월) 화면을 도배한다. 확실히 스타는 다르다. 군대 갔다 오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저 난리인가. 아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걸 느끼게 해줬고 여기는 대한민국이라는 걸 상기시켰으며 유명한 사람도 할 일은 한다는 걸 사례로 보여줬다.

웃으며 입대한 김석진 훈련병(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은 신병교육대 조교로 만기 제대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1년 6개월 같이 생활한 친구들이 저를 보내는데 오열하더라.” 오열이란 단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하나는 목메어 우는(嗚咽)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깨닫고 기뻐하는(悟悅) 것이다. 후임병들은 정든 형(1992년생)을 보내는 게 슬펐을 것이고 한편으로 국방부 시계가 돌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을 것이다. 오래전 선배들은 ‘삼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댄 나를 잊을까’(1990 김민우 ‘입영열차 안에서’) 고민했는데 이제 복무 기간은 반으로 줄었고 일과 후엔 휴대전화까지 쓸 수 있으니 ‘어느 날 그대 편질 받는다면 며칠 동안 나는 잠도 못 자겠지’는 이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되고 말았다.

지난주(6월 10일) ‘가요무대’(KBS 1TV)는 ‘6월의 노래’가 부제였다. 이맘때면 듣게 되는 ‘전우가 남긴 한마디’(1977)는 올해도 원곡 가수(허성희)가 직접 출연해 무대를 빛냈다. 올해엔 ‘육군 김일병’(1967)도 행렬에 참여했다. 평상시엔 ‘기상나팔에는 투덜대지만 식사 시간에는 용감한 병사’다. 한때 어르신들 사이에서 ‘마음은 BTS인데 몸은 봉봉 사중창단’이란 말이 유행이었는데 이 노래의 원곡 가수가 바로 전설의 봉봉 사중창단이다.

7080세대는 ‘입영 전야’(1977 원곡 최백호)를 들으며 머리를 깎았다. ‘아쉬운 밤 흐뭇한 밤’으로 시작해서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로 끝난다. 1990년대는 ‘이등병의 편지’가 대세였다. 놀라운 사실은 북한에서도 이 노래가 크게 유행했다는 거다.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지성림 기자(김일성대학 출신)로부터 직접 들은 얘긴데 입대 동기들과 함께 이 노래를 목청껏 합창했다고 증언한다. 단, 제목은 다르다. ‘이등병의 편지’가 아니라 ‘상등병의 편지’ 혹은 ‘떠나는 날의 맹세’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가을 우체국 앞에서’의 작곡가 김현성(‘헤븐’의 가수 김현성과 동명이인)이다. 입대(1984년 12월 17일) 이틀 전에 본인의 목소리로 녹음했다고 한다. 나중에 전인권, 윤도현도 불렀지만 대중은 김광석의 노래로 기억한다. 음반(1990 ‘겨레의 노래’)은 전인권이 녹음했는데 기념공연을 전후해선 그의 ‘자유로운 영혼’이 실무진에겐 고통으로 다가왔나 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던 김광석이 대타로 출연해서 나중에 음반에 실은 노래가 오늘날 불후의 명곡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향기 품은 군사우편’(1954 원곡 유춘산)의 시대는 지나갔다. 원작자 김현성은 인터뷰에서 ‘이등병의 편지’가 ‘혼자 골목길을 걷다 만나는 별빛처럼, 가로등처럼 소리 없이 잔잔한 위로를 주는 음악’이면 좋겠다고 했다. BTS 진이 전역하는 날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 RM은 직접 색소폰을 들고나와 그들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연주했다. ‘오늘 밤 나는 별 같은 존재(I’m in the stars tonight) 불을 가져다 밤을 밝히는 걸 지켜봐 줘’(So watch me bring the fire and set the night alight). 그를 기다려준 또 다른 군대(팬클럽 아미)에게 불로 단련된 예비역 병장 김석진이 빛을 선물로 전할 시간이 다가왔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