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대지우기’ 행보 맞물려 주목
북한, 주민동원 대대적 환영식 총력


18~19일쯤 방북이 예상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0년 방문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러 관계 우의를 강조하기 위해 성대한 환영 행사를 열 것으로 예상되며, 푸틴 대통령은 24년 만에 북·러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해방탑’을 참배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19~20일 방북 일정 첫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또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 연회에 참석한 뒤 합창단 공연을 관람했다. 이튿날엔 ‘해방탑’을 참배하고 김 국방위원장의 환송 속에 평양을 떠났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곳이다. 그동안 김 국무위원장은 선대를 우상화하고 사회 결속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이곳을 방문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대의 후광을 떠나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의 인연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러가 가진 전통적 우의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푸틴 대통령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철저히 자신의 업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할아버지(김일성) 집권 땐 소련과의 관계 부침이 있었지만, 자신이 집권할 땐 러시아와 확실한 우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로부터의 연속성을 단절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주민들을 대거 동원한 대규모 환영 행사를 준비 중인 정황은 이미 포착됐다. 평양 김일성 광장 주석단 앞에 가로 34m, 세로 22m의 외벽이 세워졌고, 오케스트라 공연용으로 추정되는 임시 구조물 등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되면서다. 홍 연구위원은 “환영 행사를 통해 북한이 북·러 관계에 어떤 의지를 갖고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권승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