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Economy

시진핑 1호 슬로건 ‘중국제조’
제조대국 → 강국 달성 로드맵

작년부터 ‘신품질생산력’ 강조
美제재에 맞선 기술자립 의지


지난 =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은 ‘슬로건’을 통해 경제 정책 방향을 밝혀왔다. ‘중국제조 2025’부터 ‘공동 번영’ ‘신품질생산력’ 등 새로운 슬로건은 정책의 큰 변화를 나타낸다. 최근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슬로건은 ‘신품질생산력’(新質生産力). 수소에너지 역시 신품질생산력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시 주석이 취임한 후 가장 처음으로 내세운 슬로건은 2015년 ‘중국제조 2025’이다. 당시 ‘제조 대국’이었던 중국은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국’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밝히며 이 슬로건을 발표했다. 제조업 스마트화, 노동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미국, 독일, 일본 등 글로벌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제시된 향후 30년간 3단계 중 1단계(2015∼2025)가 내년에 끝나는데,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분석에 따르면 1단계 목표의 상당 부분이 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중국은 과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값싸고 기술적으로 낙후된 제품을 생산하던 제조국에서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을 받는다.

시 주석은 이어 2020년 국내와 국제 경제를 포괄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제시했다. 국내적으로는 민간 소비를 확대하고 국제적으로는 첨단 산업과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 확대를 지향하겠다는 뜻이었다. 5G 기술로 대표되는 ‘신기반시설’ 계획, 디지털 전환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5G 분야 등에 약 1조 위안(약 190조 원)이 투자됐고, 화웨이(華爲) 등 기업들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2021년에는 분배를 강화하는 ‘공동부유’를 내세워 플랫폼 기업, 사교육, 부동산 분야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수단이었다.

그러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헤이룽장(黑龍江)성을 방문해 ‘신품질생산력’이라는 새 슬로건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최소 128차례에 걸쳐 이를 언급했다. 중국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신품질생산력은 첨단기술, 고효율, 고품질의 특성을 보이는 선진적인 생산력으로,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수소차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차와 수소에너지는 추진 최우선 순위에 올라있다.

‘신품질생산력’이라는 슬로건이 등장한 데에는 미국의 제재가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의 기술 자립을 꾀하며 미국에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기술 혁신을 위한 산업 정책은 더욱 강조됐다. 무려 3708억 위안에 이르는 과학기술 예산도 책정됐다. 중앙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자 지방 정부들과 기업들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관련기사

박세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