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의 무상함 등 얘기 담아
신경림 등 작고 문인 애도도
소설가 김훈(75·사진)이 5년 만에 새로운 산문집 ‘허송세월’(나남)을 펴냈다.
작가가 출간 전부터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기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힌 책은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는 구절로 시작해 생의 끝을 바라보는 노(老)작가의 시선을 가득 담고 있다. 3년 전부터 심혈관계 질환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그는 젊은 시절 즐거움의 대상이었던 술과 담배가 고통의 대상이 된 안타까움을 표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전한다.
기자와 소설가로 치열하게 글을 써 온 작가는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을 돌아보며 ‘허송세월’이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햇볕을 쪼이며 허송세월할 때가 마음이 가득 차는 순간’이라는 깨달음을 전하며 진정한 행복과 영감의 시간으로서의 허송세월을 예찬한다.
김 소설가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지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생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전작에서 자신을 ‘호수공원의 산신령’으로 소개한 그는 이번 산문집에도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을 걸으며 느낀 고즈넉한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책의 후반부에는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도 진하게 묻어난다. 사진작가 강운구의 전시 속에서 발견한 박경리, 신경림, 백낙청의 모습 속에서 암울했던 독재 시기를 글로 함께 견딘 사연을 풀어놓기도 한다. 글을 쓴 2021년을 기준으로 전시 사진에 담긴 160명 중 72명이 작고했다고 쓰고 있지만 최근 신경림 시인마저 떠나보낸 터라, 더욱 사무치게 다가온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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